인도기행 - ![]() 법정(法頂) 글.사진/샘터사 |
![]() “인도기행”을 먼저 읽었다면 그런 마음조차 먹지 않았을 것 같다. 대부분의 기행문을 읽게 되면 그곳에 가고 싶게 마련이지만 이상하게도 인도는 스님의 불평처럼 벗어나고 싶은 곳이다. 고생문이 훤히 보인다. 인도로 가지 않은 걸 안도했다. 엉망진창인 숙소와 부실한 먹거리, 먼지와 소음, 불편한 행정과 느림의 시간들... 인도는 여행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여행자가 여지껏 누려오던 삶의 안락과 여유를 포기하길 종용한다. 그런 인도를 받아들일 경우에만 인도는 달리 보인다. 열차 안 변소사이에 앉아 “더러울 것도 깨끗할 것도 없는 불구(불구) 부정(부정)의 세계.”라는 공(空) 체험을 한 법정마냥. 스님의 투정에 공감하며 나는 스스로 새장 속에 갇히길 택한 새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자유롭다고 한들 어디까지나 새장 안을 활보하는 자유라는 것을. “인도기행”을 글동냥한 내 모습은 그렇게 서글펐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 새장 속 자유마저 일부분 인도에 빚지고 있는 것 같다. 처음 읽었던 사상서가 크리슈 나무르티의 책이었다. 중2때인가, 밑줄을 그으면서 서너번을 같은 곳을 읽어도 도저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인도를 조금 가깝게 느낀다면 아마 싯다르타때문일 것이다. 헛된 삶임에도 불구하고 보잘 것 없는 결실을 맺도록 채근하는 그의 글이 내방에는 너무 많다. 비록 드물게 들여다 보지만.... "세월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뀌는 것"이라는 스님의 새김이 새롭다. 망고나무, 오렌지, 코코넛... 마드라스라면 인도에 갈 충분한 이유가 될 성도 싶다. 아마 내가 나중에라도 인도에 간다면 비로소 새장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인도라는 유혹에 겁이 앞서는 이유다. “이놈”이라고 호통치는 스님과 침대위에서 뒹구는 스님에서 매서운 듯 하면서도 투박한 법정의 사람됨이 보여 즐거웠다.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스님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책을 한 해 더 내기로 한 모양이다. 괜한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면서도 스님의 책을 사다 모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
http://foretderobin.tistory.com2010-09-27T14:01: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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