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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불량한 저자의 불편한 심리학: 심리학, 한국인을 만나다.

by 바다기린 2011. 8. 2.


저자는 젊은 시절 마르크스를 공부하러 유학을 떠났다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오랜 이력에도 불구하고, 책 제목이 말하는 심리학과 한국인의 만남은 성공적이지 않다.


저자는 자아이상과 초자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국인을 분석한다. 기본적인 논지는 한국인의 (이기적, 감정적, 욕망적) 자아이상이 초자아에 의해 잘 조절되지 않아 화를 잘 내고, 억지논리를 펴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여 사회갈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자아의 억제를 잘 수용함으로써 이런 퇴행적 무의식을 건전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자아이상과 초자아 이론을 무조건적으로 수용전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책의 방법론이 프로이트 심리학의 적용이니 넘어가야 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정말 한국인에게 초자아적 억제가 약한지 여부는 생각해봐야 할 거리다. 아니지 않을까. 오히려 한국인의 개인의 자아이상이 빈곤하지 않는가란 생각이 든다. 한국인에게는 한국적 집단의식을 형성하는 억압적 국가의 동원과 과도한 규율이 작동해왔다. 저자가 말한 눈치의 작동이나, 외환위기 시 금모으기 같은 것은 개인적 자아이상이 과도하게 발달 했다기 보다는 국가주의적 억압과 동원기제가 초자아로 근본적으로 작동하는 사건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저자가 우려하는 최근의 과도한(?) 개인들의 자기주장은 그동안 억눌려 있던 자아이상이 비로소 기지개를 펴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실은 10년간의 절차적 민주주의 흐름을 역행하는 초자아적 정권의 굴림을 자아이상이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으로 읽어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저자의 관심은 심리학을 유용하여 정권에 대한 비판들을 심리학적 병리로 환원시키는 데 있는 듯하다.  현정권에 대해 직접 언급은 하지 않지만 선거로 뽑힌 정권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국민들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우리가 뽑아놓고 우리가 신뢰를 안으니 어쩌자는 것인가!”(p54) 그는 정권을 뽑았으면 신뢰를 줘야하고, 못마땅하면 다음 선거에 바꾸라고 조언한다. 정권에 대한 비판을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선거로 뽑힌 건전한 권위를 파괴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예로 천안함을 든다.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믿지 않고 국민의 일부가 “자기 자신의 믿음 체계를 가지고 소설 쓰기를”(p142) 한다고 한다. 국민은 선거만 하면 된다는 민주주의 대해 위험스런 편협한 해석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평소 좋아한다는 “이론의 무정부주의 Anarchistic understanding of Theoey- 어떤 이론도 완전하지 않지만 그와 반대로 전혀 일리 없는 이론도 없다는 주장”(p103)에 대해 저자 스스로 '전문가'적인 이해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특별한 전문지식”이 없는 이들의 이론이나 주장을 소설쓰기라고 일축하는 태도는 “이론의 무정부주의”를 옹호하는 자의 태도가 아니다. 
 

 이 책은 한국인에 대한 심리학적 탐문이라는 학술서로서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 책은 2010년 10월에 출간되었다. 그럼에도 참고문헌에는 국내 학자들의 문헌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또한 이미 많이 나와 있는 한국인에 대한 비학술적인 문헌에 관한 참고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여러 이들이 토해놓은 한국인에 대한 탄식과 훈계가 책의 전체에 걸쳐 반복되는 사정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책들에 비해 재미를 더하지도 깊은 공감을 선사하지도 못한다. "저자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저자는 독자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자신이 스스로 무의식적 퇴행성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p214)

마르크스를 공부하려 유학길에 오른 청운의 꿈은 어디로 가고 삽질정권의 이데올로그 역할을 자임하게 되었는지 이 말을 스스로에게 비춰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6장 7장을 읽지 않고 그만 덮었다. 
 

프로이트 심리학과 한국인을 만남을 읽고 싶다면 전인권의 “남자의 탄생”을
그리고 서양 심리학을 통해 ‘나’를 읽고자 한다면 김형경의 “사람풍경”을 권한다.


1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