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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바탕4

나무 나무 어딘지 모를 그 곳에언제가 심은 나무 한 그루자라고 있다 높은 곳을 지향해두 팔을 벌린아름다운 나무 사랑스런 나무겸허한 나무 어느 날 저 하늘에 물결치다가잎잎으로 외치는 가슴으로 서 있다가 때가 되면다 버리고 나이테를 세월의 언어를안으로 안으로 새겨 넣는 나무 그렇게 자라 가는 나무이고 싶다나도 의연한 나무가 되고 싶다 김후란- 2014. 9. 1.
산벚나무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산벚나무가 그러듯이겨울에 대하여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호들갑떨지 않았다길이 보인다고 경박해지지 않고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도종환의 2013. 12. 17.
거스름돈에 대한 생각 거스름돈에 대한 생각 삶은 왜내가 던진 돌멩이가 아니라그것이 일으킨 물무늬로서 오는 것이며한줄기 빛이 아니라 그 그림자로서 오는 것일까 왜 거스름돈으로서 주어지는 것일까 거슬러 받은 오늘 하루,몇 개의 동전이 주머니에서 쩔렁거린다종소리처럼 아프게 나를 깨우며 삶을 받은 것은 무언가 지불했기 때문이다 나희덕,《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에서 -무엇을 위해, 무얼 지불했던가...때론 지불마저 내 뜻이 아님을시리다. 춥다. 2013. 8. 8.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는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이다. 그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가난하게 되돌아보인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 나는 기가 죽지 않는다. 내가 기가 죽을 때는, 내 자신이 가난함을 느낄 때는 나보다 훨씬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여전히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법정, 《살아 있는 것을 다 행복하라》에서 2013.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