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추천 안함

2010. 9. 8.

 

-

“선생님, 책 추천 좀 해주세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언젠가 밥자리에서 선생님께선 이 물음이 곤란하다고 하셨다. 강단에 50년 가까이 서고 계시니 그 세월동안 똑같은 질문을 얼마나 많이 들으셨을까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그리고 그 곤란의 말 끝에 묻어나는 약간의 노기와 안타까움도 공감이 간다. 그렇다고 선생님께서 그때마다 사정없이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라고 말하지는 않으신 듯하다. 젊으셨을때는 어떤 반응을 보이셨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뵈어온 선생님은 오히려 그때마다 친절히 답해 주셨을 것이다. 같은 질문을 한 내 동학은 선생님께서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권해주셨다고 내게 전했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속으로 다행이다 했다. 나 역시 선생님께 같은 질문을 드리려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선 이렇게 말씀을 이어셨다.

“어떤 책을 읽을지는 자기가 정하는 거지....”

 

-

한 번은 강의시간 선생님께서 책을 읽는 순서를 일러주신 적이 있다.

책을 읽을 때는 서론-결론-본론 순으로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책을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으며 필요한 부분만 읽어도 된다고 하셨다.

아마 일반적으로 그런 순으로 읽는 것이 좀 더 책의 논리를 일관할 수 있고 논지 중심으로 읽을 수 있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럼에도 내겐 아직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하지만 점차 필요에 따라, 그리고 책에 따라 어디부터 읽을지, 어떻게 읽을지를 정하고 있다.


-

사람은 누구인가? 그가 읽은 책에 대한 응답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