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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고양이 쏘쿠리

by 바다기린 2013. 8. 7.

 

 

1

부산대 도서관 근처에는 고양이님이 사신다. 지나다 보면 사람들 사이로 님께서 한가로이 좌정해 계신다.  마치 소풍을 나온 양 볕을 쬐시는 것 같기도 하고, 지나는 풍경에 흐뭇해 하시는 것 같기도 한 님은 마치 뒷방 늙은이 처럼 한가롭고 여유로우시다. 다가가서 감히 용안을 만져 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신다. 어떤 날에는 슬금슬금 피하기도 해서 완전히 마음을 놓는 건 아닌 듯도 하지만, 여느 고양이들처럼 꺄!~옹 놀라 달아나는 일은 없으시다.

 도서관을 나오는 길에 본 님은 드러누워 계셨다. 누군가 님을 부르자 마치 손사레를 치듯 꼬리를 바닥에 두어번 살짝  치신다. 부름에 답하시는 건지 잠결인지는 알 수 없다. 바닥에 자고 있는 님을 뒤로 하자니 걸음이 무거웠다. 세상 어디나 집이 되는 님 이지만 실은 집이 없는 님. 길고양이.

님을 볼 때마다 먹을 걸 가져다 줘야지 떠올리다가도 돌아서면 잊고 만다.

배가 고파서 저러고 있는 건 아니지 싶다.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는 걸 보면 누군가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게 믿고 싶은 거다.

말뿐인 미안은 미안하지 않은 거다.

 

2.

언젠가 라면씨가 내게 고양이 같다고 했다. 그제야 나는 내가 고양이를 닮은 걸 알았다.

혼자이고, 경계하고, 숨고, 다가가면 달아나고,  거리를 두고서야 뒤돌아보는, 들이대면 이빨을 세우고, 할퀴듯 노려보는 나는 그야말로 한 마리 길고양이였다.

그때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고양이가 좋아졌다. 같은 부류에 대한 반가움이라기보다는 자기연민에 가까울 테지만. 고양이가 사랑스럽다. 세상에 태어난 무게를 늘 혼자 지려는 고양이가 어여쁘고 애달프다.

 

3.

고양이님의 이름은 쏘쿠리(so cool)라고 한다. 검색해보니 역시 돌봐주는 분들이 계셨다. 늘 나보다 먼저, 좋은 분들이 계신 것에 감사하고 미안하다. 세상이 지탱되는 것이 돈이나 무기인 듯 떠들어대지만 그런 것들은 세상을 흉포스레 만들뿐이다. 고양이가 사람들 사이에서 쉴 수 있는 이유, 그런 고양이를 보고 빙긋 웃을 수 있는 여유, 무거운 세상사를 잠시 내려놓고 물 한 모금 얻어 마시고 가는 쉬어감....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는 건 이웃들의 작은 선의가 세상을 어루만지기 때문이다. 무섭고 하찮은 세상을 ‘괜찮다’ 보듬기 때문이다.

 

2011 0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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