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6

보통을 따라 걷다 : 행복의 건축-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이레 시간을 두어 읽어 앞부분은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첫장 양쪽 가득한 해외 언론의 찬사가 과장이 아님을 금방 알게 되었다. 작가의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번역으로는 보통 그 본래 문체의 힘이 감소되는 경우를 감안한다면 더욱 매력적인 글이다. 흠이랄 건 없지만,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건축에 대한 관심보다 작가에 대한 관심이 커진 다는 것. “다음 작품이 가장 기대되는 작가”라는 게 괜한 풍문이 아니었다. “우리의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많은 것들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가치를 할당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힘”을 저자는 “교양”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건축에 관해 저자가 정의한 그런 교양을 선사한다. 르 꼬르뷔지에.. 2010. 9. 27.
낚지씨의 수상록-몽테뉴 아파트 단지(단지라 할 것도 없는 규모지만)를 나서는 모퉁이에 술집이 하나 있다. 그 술집에선 커다란 수족관을 바깥에 내어 두는데 늘 낚지 한두 분이 들어 계신다. 가끔 지나다 뵈도 이 분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거의 유리벽에 붙어서만 지내는 것 같다. 별달리 유심히 쳐다보는 것은 아니지만 유리에 딱 달라붙어 헤엄치기를 멈춘 낚지씨를 볼 때면 동병상련이 든다. 당장 언제든 손님이 원하면 제 몸이 토막 나 불에 달구어지는, 오늘 몸과 내일 몸이 다른, 죽을 시간을 받아 놓고 있는 낚지씨 입장에서 보면 어데다 감히 그 고통과 불안을 비견할 수 있냐고 거품을 물지도 모르겠지만. 삼십년을 붙어살아왔다는 회한과 앞으로도 붙어살 수밖에 없다는 예상에 젖어있는 나로서, 게다가 기간만 다를 뿐 죽을 날을 받.. 2010.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