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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

롯데호텔 상대 부당해고 승소 김영씨

by 바다기린 2014. 12. 18.

“대기업은 오래 일할 수 있으면서 언제든 자를 수 있는 사람 원한다”
글 박은하·사진 김영민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84일간 84회 근로계약’ 알바 김영씨

84일 동안 매일 초단기 근로계약서를 쓰며 롯데호텔 일용직으로 근무하다 해고된 김영씨(22·사진)는 16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일용직도 함부로 자를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서울 중구 롯데호텔 뷔페식당에서 일하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뒤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해 부당해고 판정(경향신문 12월16일자 14면 보도)을 이끌어냈다.



김씨가 롯데호텔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오랫동안 일하고 싶어서였다. 전북 전주가 고향인 김씨는 지난해 초 학업을 위해 서울로 이주했다. 월 19만원의 방값과 학비·생활비를 마련하는 일이 녹록지 않았다. 구인공고의 ‘장기근무 가능자 우대’를 보고 지원했다. 공고를 낸 인력소개업체 소개를 거쳐 롯데호텔과 근로계약을 맺었다.

김씨의 신분은 ‘일일협력사원’이었다. 롯데호텔에서는 연간 900명이 이런 형태로 일했다. 김씨는 “출근하니 관리자가 초단기 근로계약서를 매일 2장씩 써 1장은 제출하라고 해 의아했지만 근태관리 차원으로 이해했다”며 “계약서가 해고에 이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기업은 장기간 일할 수 있으면서도 언제든지 자를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마음은 편치 않다고 했다. 김씨는 “언론에 알리지 않으면 복직도 시키고 금품을 주겠다는 얘기도 듣고, 호텔 측이 나 때문에 비정규직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일용직은 나가면 당연히 나가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겨줘 기쁘다는 동료 응원이 그나마 힘이 됐다”고 했다.

김씨는 “성수기와 비성수기 간 필요한 인력 차가 큰 호텔에 노동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대기업이라면 최소한 미리 계약해지를 알리고 해고예고수당을 지불해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매일 생계 걱정을 하는 일용직의 처지도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호텔의 중앙노동위 판정 수용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