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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

상대선수 때려패라는 감독명령 거부한 아이스하키선수 이창엽씨

by 바다기린 2015. 1. 10.
감독의 부당명령 거부한 아이스하키 선수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40100&artid=201501082107321
         입력 : 2015-01-08 21:07:32

승리를 위해 ‘상대팀 선수를 폭행하라’는 감독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불이익을 감내하며 학교·시민단체 등에 고발한 고려대학교 아이스하키부 이창엽씨(24·사진)가 ‘자랑스런고대인상’을 수상했다. 이씨는 감독의 사퇴를 받아 냈고, 지난해에 열린 연세대학교와의 라이벌전에서 고려대가 16년 만에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고려대 민주동우회는 8일 서울 동교동 다래헌에서 열린 총회에서 이씨에게 ‘자랑스런고대인상’을 시상했다고 밝혔다. 2009년 4월 고등학교 3학년이던 이씨는 이듬해 고려대에 입학하기로 결정됐다. 2009년 9월 연세대와의 정기전을 앞둔 이씨는 고려대 아이스하키부 총감독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상대팀 연세대의 ‘에이스’인 선수가 몸을 풀 때 하키 스틱으로 부상을 입혀 이 선수가 경기에 못 나오도록 하라는 지시였다. 고민하던 이씨는 지시를 받은 다음날 뺑소니사고를 당했다는 이유로 입원해 그 해 총감독의 지시를 거부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2010년 고려대에 입학한 이씨는 총감독 등 코치진에게 밉보인 것을 만회하기 위해 태도를 조심하며 연습에 착실히 임했다. 그러나 이씨는 3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경기에 뛸 수 없었다. 총감독은 2010년, 2011년 정기전에서도 상대 선수를 폭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씨는 지시를 계속 거부했고, 경기에 나갈 기회를 얻지 못한 그는 힘겨운 ‘선수 아닌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총감독은 이씨를 포함해 눈 밖에 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고, 장비도 자비로 구입케 하는 등 각종 불이익을 가했다. 결국 이씨는 대학 측과 국가인권위원회 등 시민단체에 고발했고, 2013년 그동안 쌓여왔던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자 총감독은 사퇴했다. 총감독이 교체되고, 이씨는 선수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이씨의 기량은 현저하게 떨어졌고, 경기에 나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고려대를 졸업하며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총감독 사퇴 이후 정상화된 고려대 아이스하키부는 지난해 ‘라이벌’ 연세대와의 정기전에서 16년 만에 승리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유망하다는 소리를 듣고 명문팀에 입학까지 한 전문 선수와 전문가의 길을 꿈꾸어오던, 다시 말해 아이스하키 하나에 모든 걸 걸어왔던 제가 선수생활을 못하게 됐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저 한사람만 피해를 봤다면 저도 조용히 일을 무마시키고 넘어갔겠지만 다수의 많은 선수들이 차별대우를 받아가며 힘들게 선수 생활을 했다”며 “앞으로 저와 같이 부당한 지시를 받아서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할 선수가 또 생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끝까지 노력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