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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읽고 말을!

문재인의 무기가 될 김상곤-추미애가 되면 문재인은 진다1

by 바다기린 2016. 8. 25.

추미애가 되면 문재인은 진다1: 문재인에게 최적화된 당대표 김상곤



1. 김기원의 실망과 김상곤의 나이

 

김상곤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고 김기원 선생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구글에서 김상곤을 치면 허핑턴 포스트에 실린 이 글이 바로 나옵니다. 이 글은 김상곤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목조목 적나라할 정도로 날카롭게 그리고 엄하게 비판합니다. 이는 오랫동안 김상곤을 옆에서 도우면서 지켜봐오고 동료로서 후배로서 김상곤에 품은 애정과 학자로서의 소신이 묻어난 결과로 보입니다. 저 또한 글을 읽고서 김상곤에 대해 조금 실망을 했습니다. 일면 솔직하지 못한 탓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는 점에서, 김대중 노무현은 될 수 없다라는 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달리 보면 실망 이전까지 선생이 김대중, 노무현 정도의 큰 인물이 될 가능성을 김상곤에게 투사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할 겁니다.) 김기원은 김상곤이 3선 교육감으로 혁신교육을 정착시켰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훌륭한 교육감이나, 경기도지사 정도에서 역사에 남기를 바랬던게 아닌가 합니다.

저는 교육감 선거가 정치적 선거라고 생각하기에, 이미 교육감 선거에 뛰어들 때부터 김상곤은 큰 뜻을 품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김상곤이 교육감 자리를 자신의 출세를 위한 지렛대나 도구로 이용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교육감직을 수행하며 무상급식과 혁신교육이라는 복지와 혁신교육이라는 화두를 우리사회에 던졌고, 야당이 지리멸렬할 때 이명박정권과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지금 대다수 시민은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진보교육감이 대부분 당선된 것도 김상곤 효과입니다. 따지고 보면 오세훈이 서울시장을 관두게 되고,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김상곤 덕을 톡톡히 본 겁니다. 서울시장까지 오세훈이나 나경원이 하고 있다고 상상을 해본다면, 김상곤에게 진 빚이 만만치 않으며, 김상곤이 본인의 공과에 비해 너무 과소평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실 겁니다.



김기원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저는 김상곤이 교육감으로서 3선에 도전하지 않고 경기도지사 경선에 뛰어든 것은 무엇보다 생물학적 나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김상곤은 49년생으로 현재 만66세이고 문재인보다는 네 살 연상입니다. 대권에 대한 뜻이 있는 이상 다시 교육감 4년을 하고나면 칠순인 관계로, 생물학적 나이 때문에 대권도전이 어려울 꺼라 판단이 섰고 조급해졌다고 봅니다. 그가 김기원에게 실망을 끼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며, 이번 당대표 선거 출마도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에 대한 고려가 있다고 봅니다. 만일 그가 지금의 안희정(65년생)이나 이재명(64년생) 정도의 나이만 되었더라도 3선 교육감을 하고 경기도지사나 국회의원직을 통해 차근차근 밟아 대권에 도전했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교육감직의 한계도 작용했을 겁니다. 단지 한 시도의 교육이 아니라, 한국 전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정치권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대학입시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유아교육까지 입시에 종속이 됩니다.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제도의 변화도 불가피합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 없이는 교육혁신도 없다는 것을 체감했을 겁니다. 저는 그가 오랜 민주화운동과 교수로서의 경력, 교육감으로서 도전과 성공 이 모든 경험 이전부터나 경험을 통해서 한국사회 전체의 전면적 혁신에 대한 큰 뜻을 품게 되었다고 봅니다.

 

2. 김상곤 VS 안철수, 이종걸, 김종인

 

김상곤을 두고, 안철수와 이종걸의 인연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우선 안철수와 협의하에 경기도 지사에 나온 건 사실인 듯합니다. 그렇다고 안철수로 인해서 픽업되듯이 정계에 입문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본인의 정치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그로인해 가능성을 타진해 본 결과 저쪽에는 김진표가 유력하니 안철수 쪽과 손을 잡으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안철수의 인기와 지지도가 굉장할 때였습니다. 하지만 안철수는 광주시장과 달리 경기도 지사후보로 김상곤 단독 지명을 민주당과 합당 과정에서 관철시키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김상곤은 경선을 해야 했고, 텃밭을 다져놓았던 김진표에게 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안철수와의 인연은 여기까지이고, 이후 혁신안을 두고 문재인-김상곤 라인이 형성되고 안철수와는 완전히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라졌습니다.

한편 이종걸이 김상곤을 혁신위원장으로 추천했다고 해서 이종걸 계라고 보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종걸과 김상곤은 같은 서울대 동문으로 사적인 친분이 두터울 수도 있고, 각자 경기도 교육감과 경기도 안양의 국회의원으로서 공적인 교류가 있어왔다고 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애초 김종인과 이종걸등 비주류가 염두에 둔 인물이 김상곤이었다면, 이종걸이 뒤늦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혁신위원장으로 김상곤을 추천했을 때, 이종걸은 김상곤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으리라 믿었을지도 모릅니다만, 혁신위와 혁신안으로 인해 김상곤과 문재인 간에 정치적 동반자 관계가 형성되면서 김상곤은 이종걸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봅니다. 또한 혁신위 입장에서는 혁신안을 부정하거나 폐기하려드는 비주류와 당무거부로 당과 당대표를 흔들어온 이종걸은 누가 보더라도 혁신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종인이 뒤로 미는 후보가 김상곤이라는 얘기도 게시판에 나돌았습니다. 우선 송영길 컷오프로 볼 때 비주류의 표가 송영길과 이종걸로 갈렸거나, 일정정도 비주류 표가 이종걸로 집결되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리고 컷오프 당일 원외 지방자치 단체장 들의 모임에서 김상곤같은 인물이 컷오프를 당한다면 그건 당의 수치다라는 차원인지 아니면 같은 자치단체장 출신에 대한 동병상련인지 김종인의 입김이 닿지 않는 자치단체장들은 김상곤에게 표를 던져줬습니다.





김종인과 김상곤이 결탁 가능성이 화제로 떠오른 건 아주 가까이 클로즈업된 사진한장입니다. 사진에 대한 설명으로는 김종인이 최운열과 김상곤이 나눈 대화를 보고 있다고 하는데, 최운열이 김종인에게 카톡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좀 많이 이상합니다. 1)우선 일부러 찍었을 것 같은 클로즈업된 사진 구도와 2) 김상곤의 문자 내용을 보면 자신의 전화번호를 저장해달라는 일종의 단체 카톡입니다. 3) 김상곤은 수신자가 최운열인 줄 모르고 보낸 겁니다. 4) 단체문자의 성격상 그것은 김상곤이 직접 보낸 것이 아니라, 당대 번호를 바탕으로 김상곤 팀에서 보냈을 겁니다. 5) 다만 최운열이 김상곤이 보내 온 카톡에 이제야 선배님을 돕겠다는 공개적인? 혹은 사적인 답변을 보냅니다. 어디까지나 최운열의 일방적인 메시지이고 그냥 열심히해라정도의 지나가는 말로 들립니다. 이에 대한 김상곤의 회신은 나온바가 없습니다. 왜 김종인은 이 사진을 공개 했을까요? 심심해서? 장난삼아? 김상곤이 자기가 미는 후보라는 착각을 조장하려고?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있는 최운열을 비례대표로 찍은 건 김종인입니다. 최운열이 김종인 라인임에 반해, 김상곤은 다음과 같은 사유로 김종인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김상곤은 불출마선언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불출마선언자인 3선 최재성과 공천을 받지 못한 강기정이 자신의 지역구 후임으로 김상곤을 공천해 줄 것을 당에 건의합니다. 하지만 김종인은 두 지역구 중 어느 한곳에도 김상곤을 공천하지 않았습니다. 남양주와 광주 둘 중에 김상곤에게 더 적합한 곳은 출신지인 광주일 겁니다. 돌이켜보면, 김종인이 광주에 김상곤을 공천을 주지 않음으로 해서 호남출신 거물 정치인의 국회 진입과 대선주자로서의 날개를 잘라버린 겁니다.

뒤늦게 공천위는 최재성의 지역구 남양주에는 조응천을 강기정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 갑에는 정준호라는 신인을 공천합니다. 정준호는 광주에서 유세 중 문재인 후보가 대선 포기를 해야 한다면서 삼보일배를 합니다. 김종인은 김상곤을 두 번 물먹인 셈이고, 이를 통해 문재인에게도 타격을 가한 셈입니다. 게다가 김종인라인이 이렇게 혁신위의 공천안을 폐기처분하다 시피하며, 사심공천을 하는 바람에 공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김종인과 김상곤은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적대적이 됩니다. 그랬던 김종인이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의도적으로 찍고 유출한 사진 한 컷으로 김상곤과 결탁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까요? 게다가 최근에 김상곤을 적극 돕고 있는 세력은 이해찬 계를 포함해 범친노입니다. 알다시피 이해찬은 김종인의 앙숙입니다. 김상곤을 김종인의 아바타로 여기는 것은 이런 전후사정을 살펴볼 때 김상곤을 폄하하거나 김상곤과 문재인, 친노그룹의 연대에 대해 대중적 혼선을 주기위한 메시지 피싱일 수도 있을 겁니다. 우연찮게 사진기자가 찍었을 수도 있고, 지금까지 별 의미없는 사진에 의미를 부여한 무익한 시간낭비였을 수도 있습니다.




3.범계파연합을 이끄는 김상곤의 정치력

 

 한겨레에서 보도했듯 지금 김상곤 캠프는 김부겸계, 이해찬계, 박원순계 등 특정 계파가 아닌 일종의 연합군형태입니다. 김상곤 후보에 대한 지원이 범계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아마 김상곤 후보가 좀 더 빨리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면 최재성을 비롯해 다른 친문성향의 의원들도 적지 않게 김상곤 후보를 도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지점이 김상곤 후보가 가진 최고의 장점으로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 최재성, 강기정, 김부겸, 이해찬, 박원순, 손학규 이런 쟁쟁한 인물들과 김상곤이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일종의 신뢰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작동시키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김상곤은 어느 한편으로 귀속되지 않는 중심과 중량감을 가지고 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국구의 최강욱 변호사도 방송에서 김상곤이 당대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고, 전국구에 자주 출연하는 여론조사기업 윈즈코리아 박시영 부소장 역시도 김상곤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제가 듣기엔 상당히 객관적인 인사이고 명철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전국구의 정봉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추미애 의원만 전국구에 부른 것은 자신의 팝캐스트이니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당대표 후보 세 명중에 추미애가 가장 개혁적이다고 발언하고 김상곤에 대해선 폄하하듯이 말을 한건 객관성의 결여입니다. 김상곤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게다가 한국사회에 무상급식과 교육혁명의 화두를 던지고 성공시킨 개혁적 인물입니다. 셋 중에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인물이고, 실제 가시적인 성과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봉주는 애써 김상곤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깎아내렸습니다. 정봉주가 추미애를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그동안 쌓아올린 객관적인(?) 방송인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로 보이고, 한편으로는 정략적으로 자신의 방송을 이용한다는 속사정과 함께 일종의 자기바닥과 그릇을 내보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정의당 박원석 전의원도 자신의 민정당이라는 신설 팝캐스트 방송에서 김상곤을 존경하는 인물로 밝혔습니다. 다만 당대표가 되기에는 원외라는 한계와 아직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을 했습니다. 저는 원외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에는 절반만 동의합니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당대표가 원외였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워낙 자주 바뀌어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원외건 원내건 더민주의 당대표가 임기를 다 채운 적이 없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대표 평균 임기가 6개월이 채 되지 못할 겁니다. 가까이 문재인당대표의 임기동안 이종걸을 비롯한 비주류가 문대표를 얼마나 흔들었는지 우리 모두는 잘 지켜보았습니다. 그 결과가 김종인 비대위라는 것두요. 더민주의 고질적 병폐인 계파갈등이 당대표나 당의 중심을 계속 위축시키면서 정치권력을 나눠먹는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계파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리더쉽과 팔로우쉽을 마련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이번 당대표에게도 큰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최재성, 김광진, 최민희 등 친문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 대거 돕거 있는 추미애 후보로 인해 벌써부터 불안해 보입니다. 최근 정청래 의원도 추미애 의원을 지지한다고 우회적으로 언급하더군요.




아직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반론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김상곤이 혁신위원장을 맡고, 혁신안이 통과된 것으로써 그의 정치력이 일면 검증되었다고 봅니다. 혁신안은 작년에 통과가 되었고, 당헌당규에 반영 되었습니다. 혁신안 마련과정은 당내외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토론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혁신안 관철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곤은 반대하는 세력들과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문재인의 힘이 작동을 한 것이기도 합니다. 정치력이라는 것이 뭔가요? 저는 우선은 설득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의 대다수가 혁신안에 공감하고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정치인이 정치력을 발휘한다는 건 특정안의 설득과 타협이상의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상곤이 관계 맺고 있는 다양한 당내 세력과의 연동을 바라볼 때, 반복되지만 저는 이지점에 김상곤이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김상곤이 특정 계파를 넘어서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 있으며, 최대한으로는 당내 계파를 거의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설득해, 김상곤의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게 정치력이 아니면 어떤 힘인가요?

김상곤은 무상급식을 처음 도입할 때 씩씩거리며 반대하던 사람들을 한 사람씩 모두 만나 경청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무상급식이 그냥 처음부터 모두가 좋아해서 통과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소통과 설득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애초 김상곤의 약점은 당내 지지기반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자치 단체장들을 비롯해, 범계파 수준의 입지를 김상곤이 이번 당대표 선거를 계기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4. 문재인에게는 없고 김상곤에게는 있는 것

 

김상곤이 호남 출신 대통령 언사로 인해 빈축을 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아직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발언입니다. 근데 재밌는 건 추미애 의원은 당대표 공약에 1회 호남방문 정례화당대표 당연직 호남특위위원장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1회 방문을 정례화? 호남이 한 달에 한번은 꼭 가야하는 목욕탕이던가요?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출신지역을 따지는 게 우스운 저 같은 이에게는 우습게 들리지만, 추미애 캠프에서는 심사숙고한 결과 내세운 공약일 겁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환심을 사고 표를 받아야 할 만큼, 아직 한국사회의 전반적 정치의식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과 그 정도로 더민주당의 호남지분은 무시하지 못할 현실의 세력이라는 것을 의미할 겁니다. 실제로 지난번 총선에서 호남은 더민주가 아닌 국민의당을 선택했습니다. 더민주의 경우 호남은 제1일 전략지역일 수밖에 없는 그간의 역사적 사정과 정치지형이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민주에서 호남출신은 성골이고, 서울 출신인 자신은 6두품밖에 되지 않는다는 최민희 의원의 농담은 농담만이 아니고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이 호남에서 당한 곤경은 호남홀대론이었습니다. 정치적 모략이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믿고 싶어하는 호남사람들은 그 말을 믿었습니다. 노무현, 문재인, 다시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영남출신 후보군에 대한 비토의 감정이 있는 겁니다. 그리고 현재 더민주당 대선후보군- 박원순(경남 창녕), 김부겸(경북), 손학규(경기), 이재명(경북), 안희정(충북)-에서 호남출신 인사는 없다는 박탈감도 있으며, 대표적인 호남출신 정치인이라고 해야 고작 동교동계나 박지원, 정동영 같은 실망스런 인사들밖에 없는 것 또한 호남인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실망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자칭 뉴DJ라는 천정배는 이런 호남인의 심리를 공략해서 성공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김상곤의 호남출신 대통령에 대한 광주에서의 발언은 호남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자신의 입지를 확대하는 전략적 수사로 봐야 할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상곤은 더민주내 성골이라는 호남광주 출신입니다. 게다가 광주의 경기고라고 말할 수 있는 광주제일고를 나왔습니다. 추미애의 호남 며느리론은 이에 비하면 호남에서 명함을 내밀기가 부끄러운 수준인 겁니다. 김상곤이 광주제일고 동문회와 호남향우회를 가동하게 된다면, 이는 호남을 비롯해 수도권에서도 적지 않은 파괴력을 지니게 될 겁니다. 호남의 제일적자로 김상곤이 대선후보군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저는 이런 상징자본이 김상곤에게도 유익할 뿐만 아니라, 더민주당에도 문재인후보에게도 유리하다고 판단 합니다. 호남 적통인 김상곤이 당대표가 되면 더 이상 호남사위라는 안철수의 시답잖은 명분이 통하지 않을 거고, ‘호남정치를 자처하는 천정배나 박지원의 입김도 상당정도 영향력이 줄어들겁니다. 또한 강준만, 고종석 같은 지식인 치들 또한 대놓고 더민주의 영남출신 후보를 비토할 수 없으리라 봅니다. 출신은 극복할 수 없는 한계이자 유산입니다. 문재인이 김상곤을 당대표로 파트너로 삼게 된다면, 더 이상 호남에서 수사로 곤경에 처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문재인과 김상곤이 혁신위 이전에 사적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혁신위원장으로 김상곤을 택한 이는 문재인 입니다. 그리고 혁신안 통과에 당대표직 신임을 걸만큼 무게를 실어준 이도 문재인 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자신의 후임으로 인재영입위원장을 김상곤으로 지명하고 물려준 이도 문재인 입니다. 혁신위과정을 거치면서 문재인과 김상곤 사이에 정치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판단합니다. 최재성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역구에 김상곤을 추천한 것도 하나의 근거일 수 있다고 봅니다.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떨어져 당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린 김상곤은 문재인의 승낙으로 혁신위원장이 되어 문재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그리고 문재인은 당대표에서 물러나기 전 인재영입으로 한껏 주가가 상승한 영입위원장의 자리를 김상곤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이후에 김종인이 들어서면서 김상곤은 찬밥신세가 되지만 말입니다. 김상곤 입장에서는 문재인에게 정치적 은혜를 입은 겁니다. 김상곤이 당대표가 된다면 문재인은 자신에게는 태생적으로 결여된 호남 출생을 보유한 호남적통을 강력한 우군으로 가지게 됩니다. 앞서 이는 광주에서 김홍걸이 고군분투하며 개인적 영향력을 발휘해 문재인을 구해주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계기가 될 겁니다. 그때 김홍걸외에 문재인 옆에 누가 있었는지 기억나는 분이 있으신가요?

 


5. 더민주의 정체성: 김상곤의 복지와 경제민주화

 

애석하게도 지금 우리당은 과거의 찬란함마저 지키지 못하고 계파주의와 기득권에 질식당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당을 일으켜 세울 단 하나의 디딤돌은 바로 혁신입니다. 우리는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의 혁신을 넘어서는 또 다른 혁신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그 혁신은 바로 민생과 복지, 경제민주화입니다. 당권재민 혁신위원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혁신하고 정치를 바꿔 국민의 희망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혁신위 활동을 마무리하며 김상곤이 남긴 말입니다. 너도나도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종걸이나 추미애가 말하는 것과 김상곤이 이 말을 할 때는 그 무게가 다릅니다. 김상곤은 실제로 이를 현장해서 실천해오고 바닥을 다져온 인물입니다. 게다가 김종인 못지않게 경영학 박사학위를 가진 교수이자 경제학자입니다. 다음 대통령의 일차과제도 복지와 경제민주화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출신이나 인물, 경험과 이력 뿐만 아니라 정치 콘텐츠에 있어서도 문재인 후보에게 최적화된 당대표 파트너가 김상곤이라고 봅니다. 김상곤이 당대표가 되면 자연히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당의 상징이 될 겁니다. 김상곤이 그동안 쌓은 상징자본이 당의 가용 화폐가 될 겁니다. 문재인이 김상곤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할 때 여기까지 고려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호남홀대론을 그냥 지켜만 보다 화를 키운 걸로 볼 때도 호남과 김상곤의 출신에 대한 정치적 고려 또한 깊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매를 맞았다라는 표현을 볼 때 이제는 호남에 대한 전략적 고려를 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문재인 본인 스스로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면 호남인사 중용에 더 힘을 쓸테고, 문재인을 위해서도 대선주자 문재인을 뒷받침하고 지지해주는 당대표가 호남출신이라면 문재인의 짐과 부담을 상당히 덜어주게 될 겁니다.

냉정하게 보면 불행히도 문재인은 당대표로서 비주류와 김한길 안철수에게 휘둘리면서 제대로 뭔가 기억에 남는 정치적 성과를 남긴 것이 없습니다. 혁신안과 인재영입이 문재인의 정치적 자산이라면 자산일 겁니다. 김상곤이 당대표로서 뒷받침을 해준다면 저는 문재인의 정책적 내용이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되어 체계와 내용은 물론 상징성을 갖추게 된다고 봅니다.

호남출신, 교수협회장, 복지와 경제민주화, 경제학자, 교육, 재야의 존경, 소통능력 등 김상곤은 다른 정치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포토폴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인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정도 무게의 인물이기에 앞서 말한 거물급 인물들이 김상곤과 정치적 연을 맺으려 했거나, 김종인처럼 날개를 분질러 버렸다고 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김상곤이 컷오프를 면하게 해준 자치단체장들의 지지 움직임이 이 인물이 가지는 상징과 무게 때문이라고 봅니다. 김상곤이 당대표가 된다는 것은 더민주가 그가 보여준 어정쩡하던 정체성이 분명해지고 당의 색깔이 선명해진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한 대선후보가 적지 않은 정치적, 상징적, 체계적 뒷받침을 받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