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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책/수필

보통의 반성문 : Kiss & Tell - 알랭 드 보통

by 바다기린 2010. 9. 27.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 8점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생각의나무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사랑3부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ssay in love> 와 <우리는 사랑일까? The romantic movement>를 잇는 중간 작품이라고 한다. 내가 읽은 보통의 네 번째 책이다. 에세이 소설이라는 장르는 처음 듣지만, 책은 감정이입을 가능한 배제하고 이사벨의 개인사-출생, 가족사, 연애사, 현재를 글로 옮기며 이해를 시도한다.
 
 처음에는 좀 따분함을 느꼈다. 사실 두 해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충격속에 읽은 후 바로 들었다가 놓아버렸다. 아무리 글발이 좋기로서니. 왜 작가의 전 여친의 시시콜콜한 얘기에 대해 읽고 있어야 하는지 투덜거렸는데... 다시 읽다보니 영화관에서 계속 먹게 되는 쥐포처럼 손에서 놓아지질 않는다. 진부하게만 생각되던 불편했던 가족사가 구체화될 때, 이사벨의 심층에 투영되는 상처가 드러나 보일때, 연애사를 통해 드러나는 호기심과 성장의 과정이 일부 영국드라마 “스킨스”가 겹쳐든다.
 
이사벨이 14살 때 들었다던 야한농담을 처음엔 이해를 못했는데, 허걱 하며 웃었다. 곳곳의 설문양식도 자신의 경우를 대입해보다 읽으면 여느 잡지의 설문보다 재밌다. 보통의 메세지는 간단하다. 한 사람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어려운가! 전기의 일반적인 형식적 시도 또는 보통의 시도마저 한 사람에 대한 이해로는 얼마나 불충분한가! 이사벨의 실연통고를 듣고서야 보통은 침묵의 겸손을 배운다.
...내 자신에 관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솔직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왜 모든 것을 당신에게 명쾌하게 설명해주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왜 사람들의 삶을 그런 바보 같은 전기들처럼 요약해야 하는지 말야. 내 안에는 나조차도 납득하기 어려운 괴상한 것들로 가득 차 있고 당신도 마찬가지일 거야....

이 책은 실연이 남긴 상처이자 보통의 반성문으로 보인다. 감정이입이 절제된 탓에 조금 딱딱한 구석도 있고 전작과 후작보다 술렁술렁해 쓰여진 것 같기도 하다. 긴장이 조금 떨어짐에도 그의 글은 여전히 반짝인다.
 
http://foretderobin.tistory.com2010-09-27T14:30:030.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