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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책/수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by 바다기린 2010. 12. 2.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10점
미치 앨봄.모리 슈워츠 지음, 공경희 옮김/살림

사회학자인 모리는 루게릭병을 선고 받는다. 루게릭병은 발아래로부터 마비가 전이되어 점점 몸 전체로 마비되어 죽는 희귀병이다. 모리를 취재한 TV인터뷰를 우연히 옛 제자인 미치가 보게 되고, 오랜 세월동안 연락을 끊은 스승을 찾게 된다. 모리는 어제 만난 듯 그를 맞이하고, 미치는 모리가 숨을 멈추는 날까지 화요일마다 1100km를 날아 모리를 찾는다. 이 책은 병으로 살날을 잃어가는 노교수가 삶의 의미를 잃고 기계적으로 살아가던 옛 제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책장을 넘기며 뭉클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특히 지극히 개별적인 삶을 살던 미치가 모리를 통해 조금씩 몸과 마음의 온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그러하다. 모리의 얘기들을 미치와 같이 경청했다. 그렇지만 평소 지론인 완벽한 사람은 없다라는 것에 어긋나서였던지. 모리에 대해 도통한 도인(道人)에 대한 서술만 있는 것 같아 조금 거리를 두며 읽었다. 그렇지만 절친한 친구와 연을 끊은 40대 초반의 모진 모리의 모습에서 그의 어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게는 그의 모든 말들에 진정성을 부여하는 장면이었다.
 한 사람의 삶에 관한 깨우침과 깨달음은 필연적으로 그 사람의 경험을 통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누군가에게 실수하지 않고 상처주지 않고 나이가 드는 인생은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후 자신이 받은 상처만큼이나 타인에게 준 상처에 대해서 반성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아닐런지. 모리가 말한 정말 어려운 “살아가는 것과 화해하기”는 그러한 상처들을 돌보고 받아들일 때만 가능한 게 아닐까.

모리의 생각은 지금의 내 생각과 닮은 구석이 많다. 모리의 첫 아포리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서른을 넘기며 비로소 나는 조금씩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인정하는 걸 배우고 있다. 그럼에도 모리에 비하자면 나는 이제 삶과의 화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에 관한 얘기들은 그 사람의 나이를 속이는 법이 없다. 그 얘기가 진실되면 진실될수록.

“그게 인간이잖나. 멈추고, 새로워지고, 멈추고, 새로워지고.”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네.”

“살면서 현재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좋고 진실하고 아름다운지 발견해야 되네.”

......

  아이러니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언제나 죽어가는 이에게서 가장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당신 생각을 하기만 하면

나는 누구나 하는 당연한 일도 잊고 말지요 ….

어떤 꽃에서든 당신의 얼굴을 봅니다

하늘의 별 속에 당신 눈이 있구요

당신 생각을 하면

당신 생각만 떠올리면,

내 사랑….”

  -책 속 제닌의 노래

2008년 어디메

http://foretderobin.tistory.com2010-12-02T04:38:43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