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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책/수필

그림처럼 걸어놓고 보았으면...: 내 일본인 마누라 켄짱-주완수

by 바다기린 2010. 9. 28.
내 일본인 마누라 켄짱내 일본인 마누라 켄짱 - 10점
주완수 지음/아름드리미디어
알라딘에 올라온 리뷰를 훑어 봤을 때는 탐탁지 않은 냄새가 났다. 그럼에도 일본인 부인을 둔 한국인 만화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한 두 에피소드씩 읽다가 내리 읽어버렸다. 몇 댓글마냥 배나온 아저씨의 낯뜨거운 부부생활로만 이 책을 치부하는 것은 읽는 이의 관-점을 드러낼 뿐인 것 같다. 성에 대한 얘기는 '너무' 솔직하면서도 웃기지만 이 책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간 사랑의 상흔, 일본인 아내에 대한 사랑, 유산한 아이에 대한 아비의 아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사는 사람들의 곤란, 지지부진한 삶에 대한 연민 등 불혹 줄에 접어든 어른의 이야기와 고민이 그림과 글로 녹록지 않게 다듬어져 있다.

내 길을 믿지 못하니 내 집도 믿을 수 없지만, 그래도 길을 가다 어느 길에서 어느 집을 만났다.

왜 일상은 늘 허접스러우면서도 버겁기만 한데 세월의 더께가 쌓이면 그 풍경이 아름다워지는 걸가. 나이 값도 못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은 얼기설기 늙어서는 나이가 차도 아름다워질 수 없던데. 나는 자신이 없다.

혁명과 불륜.

내가 가늘게 끈 대고 있던 것들은 모두 흩어지고

내 젊음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내 눈이 자꾸 강변 너럭바위에 앉은 노인의 등덜미에 머문다.


박재동 화백의 평보다 이 책에 대한 적절한 말을 찾을 수는 없을 듯하다.

“완수의 글은 ...곰삭아 있고 뭉글뭉글하면서도 정교하다.

.... 녹진녹진한 글 속에 깊은 분노의 칼이 숨겨져 있기도 하다.

글미 옆에 씌어진 그의 글은 안개 저 편에서 아른거리며 나를 부르는 묘한 유혹이 있다.

나는 나무다리를 건너 홀리듯 그의 글과 그림을 따라간다. ...”


 그의 글에선 묵혀진 세월의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마음을 이끌고 오랫동안 머물게 한다. 그의 글에 혹해 이전에 나왔던 <기억상실>도 구해 아껴가며 읽고 있다. 이보다  깊은 만화가의 글을 만난 적이 없다.

적어도 반평생을 넘게 산 이들이 읽어야 될 것 같다.  웃으면서도 그냥 웃고 넘기지 않는, 그럴 수도 없는 나이에 이른.

  이 책을 그림처럼 걸어놓고 보았으면 좋겠다.

http://foretderobin.tistory.com2010-09-28T10:39:23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