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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책/수필

독일학교 과목은 독일어 하나뿐?

by 바다기린 2011. 1. 24.
독일 교육 이야기독일 교육 이야기 - 10점
박성숙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책을 받고 한 달음에 읽었다. 지은이의 글을 인터넷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책으로 냈는지는 몰랐는데 《독일 교육 이야기》는 벌써 두 번째 책이다. 지은이의 자녀들이 학교를 다니며 경험한 실제 수업과 평가방식을 다루고 있어 비교적 소상히 독일식 학교수업을 살필 수 있다. 핀란드 교육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공백을 느꼈는데 이 책이 실제 학교수업내용과 방식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독일에서는 자전거 타기와 수영이 필수 교과라고 한다. 자전거 수업을 마치면 평가통해 자전거운전면허증을 교부한다. 수영 역시도 일정코스를 마치면 평가를 거쳐 안전요원자격증이 주어진다. 수업의 성취로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한다니 삶의 필요와 행복을 교과로, 다시 교과를 사회제도와 연관 시키는 점이 훌륭해 보인다. 감탄스런 독일식 실용주의다. 그런 맥락에서 학생이 학생을 재판하는 학생법원도 신선하다. 교육이 현실 삶과 직접적 연관을 가지며, 사회제도의 뿌리가 시민들의 자발적 결정에서 나온다는 시민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독일 교육의 기본 철학은 “하나의 답은 없다”와 “더불어 삶”인 것 같다. 초등과정은 아이들이 사물과 세상을 자신의 시선으로 관찰하도록 유인하고 자신만의 문제해결방식을 터득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기초과정이 아주 오랜 시간 걸쳐 이루어진다. 언어, 수학, 과학 모든 과목에서 마찬가지이다. 지은이가 처음 이 느림과 맞닥뜨렸을 때는 속이 터지고 분개했다고 한다.
 학년이 올라가면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고 종합하는 사고의 능력을 중요시한다. 수학, 미술, 음악, 문학, 역사 등 대부분의 과목이 독일어 수업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지은이가 매번 한탄하는데, 단순히 개별교과에 관한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나 문제의 배경과 맥락, 의미를 살피고 자신의 관점을 논리적으로 세우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는 또 정답타령이야?”라는 아이의 한탄처럼 정답은 수학문제의 경우 있을 수도 있지만 부수적인 결과가 된다.
 정답보다는 풀이과정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90분에 A4 5장을 써야하는 시험에서 정답은 별 의미가 없다. 정답의 개수로 모든 교육의 성과를 환산하는 한국 교육에 익숙한 이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굳이 한국식으로 보자면 독일교육은 모든 과목이 논술교과인 것이다.

 독일에서는 홈스쿨링을 금지한다고 한다.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체육교과의 평가에서 실기능력보다는  아이의 협조성과 봉사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남녀의 신체를 자세히 알려주고, 피임교육을 시작하는 성교육은 내게도 조금 충격이었다. 14세~17세가 대면 1/3에서 2/3정도가 성경험을 갖는다는 현실을 볼 때면 현명한 조처인 것도 같다. 18세 아이들이 엄마아빠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제도도 부러울 따름이다.
 
예전 어학연수에서 3개월동안 외국인들과 한 반 경험을 했었다. 그들 다섯 명 모두 스위스에서 왔었는데 각자의 신분이 다양했었다. 직장인도 있었고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도 대학생도 있었던 것 같다. 이들은 국가와 직장에서 비용을 지불했다고 한다. 당시에 언어가 딸려 많은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한 명이 대학에 갈 의사가 없다고 했을 때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실제 스위스에서 대학 진학률은 2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때는 그들과의 실력 차나 사고관의 차이를 잘 알지 못했는데, (물론 스위스와 독일은 다르지만...그들 중 넷이 독일어 계통이었던 까닭에)이 책을 읽으며 내가 받았던 한국교육과 독일교육의 차원의 다름을 여실히 절감했다.
 
지은이의 글은 여느 엄마들의 수다보다 맛깔스럽고 훈훈하다. 읽는 곳곳 간간이 터져 나오는
웃음보. 다시 독일어를 시작해야 하나 고민이 하나 늘었다.

 2011. 01.

http://foretderobin.tistory.com
2011-01-24T12:33:56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