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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책

치아파스 커피를 마셔요

by 바다기린 2010. 12. 2.
분노의 그림자분노의 그림자 - 10점
마르코스 지음, 윤길순 옮김/삼인

 

커피에 약하다. 마시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머리도 아프다. 그러니 커피를 권하는 말들에 지레 털을 곤두세우곤 한다. 원두커피를 블랙으로 묽게 해서 먹으면 그나마 괜찮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적당량을 지켜야 한다. 최근에 우유를 많이 탄 모카카페라떼 한잔을 먹는 즐거움에 하루를 보낸다.

‘치아파스’라는 이국적인 이름을 먼저 만난 것도 커피였다. 치아파스커피.

쌓아둔 책 더미에서 떨어진 마르코스의《분노의 그림자》를 우연히 들었다. 여기서 다시 치아파스라는 이름과 마주하게 되었다. 치아파스는 멕시코 최남단 주(州)라는 정보와 함께 환영인사를 받았다.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멕시코에서 가장 가난한 치아파스 주에 도착했습니다.”

 

"치아파스는 커피도 빨립니다. 8만 7천 명의 치아파스 인이 커피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멕시코 커피 생산량의 35퍼센트가 이 지역에서 나옵니다. 그 가운데서 47퍼센트는 국내 시장에서 팔리고, 나머지 53퍼센트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 수출됩니다. 10만 톤 이상의 커피가 야수의 은행 계좌를 배불리기 위해 치아파스를 떠납니다. 1988년에는 1킬로그램의 페르가미노 커피가 해외에서 평균 8,000페소(2달러 50센트)에 팔렸지만, 치아파스의 생산자들은 1킬로에 2,500페소(80센트)나 그 이하밖에 받지 못합니다. ...."(p59)

 

1992년 8월에 마르코스가 보내온 편지의 일부다. 떨떠름했다. 우연히 사서 마신 치아파스커피가 원주민이 흘린 그야말로 피가 아닌지. 공정무역으로 싼 ‘치아파스커피’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수입판매처인 기아대책 행복한 나눔 누리집과 브로셔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기아대책 행복한 나눔은 2010년 현재 공정무역으로 Kg당 52페소 (한화로 계산하면 4,700원 정도)에 싸온다고 했다. 커피중간수입상의 거래 가격은 보통 Kg당 32페소라고 한다. ”

책에 쓰여진 1988년 커피의 페소가격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오타인지, 아니면 페소가치 절상이 있었는지. 달러값은 정확한 것 같다. 하지만 88년 가격은 옛날이라지만 너무 터무니없다. 1kg에 80센트라니. 20년이 흘렀건만 중간거래가격은 3배정도 인상되었을 뿐이다.

마르코스가 들려주는 당시 치아파스 현실은 어떤 커피보다 쓰디쓰다.

 

“한 줌밖에 안되는 기업들이, 그 중에서도 미국의 멕시칸 주가 치아파스의 부를 가져 가고서 대신 남긴 것이라곤 죽음과 질병의 흔적뿐입니다. ...

주민의 반은 마시기에 적합한 물을 구하지 못하며, 3분의 2는 하수 처리 시설조차 갖고 있지 못합니다. ...

농촌 지역 주민의 90퍼센트는 화폐 소득이 거의 없거나 혹은 전혀 없습니다. ...

1백 명의 어린이들 가운데 72명은 1학년도 마치지 못합니다. ....

의료 혜택이라곤 전혀 받지 못합니다. 치아파스 인 1천 명당 병상 수는 0.3개에 불과하지요. ....

치아파스 인구의 54퍼센트는 영양 실조에 걸려 있으며, 산악 지대와 정글에서는 주민의 80퍼센트가 굶주리고 있습니다. ....

... 자본주의가 가져 간 것 대신에 남겨 놓은 것들입니다. ...”

마치 지진을 만난듯 피폐화된 삶을 지탱하는 사람들. 그들 위에는 소수 부유층과 외국자본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토종 정치권력이 있다.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봉기는 이런 현실을 바꿔놓았다. 간단히는 치아파스주는 사파티스타의 자치(自治)주가 되었다. 공정무역은 이러한 사파티스타의 정치적 독립으로 가능해진 것이었다.

 

공정무역으로 거래되지 않는 커피는 대부분 “피 묻은 커피”라고 한다. 이런 각성 때문인지 최근엔 슈퍼마켓에서도 공정무역 마크가 눈에 띈다.

악은 왜 그렇게 닮았는지. 무조건 개방만을 대세로 여기는 지배층과 수탈당하는 농민들에 한국 현실이 겹쳐든다. 하나의 No와 수많은 Yes. 사바티스타 혁명군의 구호는 우리에게도 타당해 보인다.

 

 



치아파스 커피를 드시려면 여기로 -> 행복한 장바구니 http://www.kfhi.co.kr/src/main/indexpage.php
http://foretderobin.tistory.com2010-12-02T05:18:32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