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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책

삼성을 생각한다: 크로커다일 이건희

by 바다기린 2010. 12. 8.
삼성을 생각한다삼성을 생각한다 - 10점
김용철 지음/사회평론

크로커다일은 세계정부 공인해적인 칠무해(七武海)중의 한명이다. 모래모래 열매를 먹어 모든 것을 모래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막 왕국 아라바스타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며 나라에 쳐들어오는 해적들을 소탕해 국민적 인기를 얻었다. 돈 많고 힘세고, 정의로운 그는 아라바스타의 영웅이다.


이건희는 삼성그룹의 총수이자 세계적인 재벌이다. 크로커다일처럼 자수성가형은 아니지만 아버지를 잘 둔덕에 돈돈열매를 먹은 것처럼 돈이 많다. 삼성이 한국을 먹여 살린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국인들도 삼성이라면 무조건 사랑한다. 이건희는 가장 존경받고 부러움을 싸는 한국의 부자 황제다.

인기와 특별한 능력 그리고 기업경영이라는 유사점 외에도 크로커다일과 이건희에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그들이 특별한 조직의 보스라는 거다. 크로커다일은 바로크 웍스(BW)라는 비밀조직을 운영하고 이건희는 보통 ‘실’이라고 불리는 비서실(전략기획본부 또는 구조조정본부)와 삼성웍스라는 조직을 거느린다.

 바로크 웍스는 범죄회사다. 해적사냥으로 현상금을 노리고 음모와 공작 암살 등을 자행한다. 아라바스타 왕국에 가뭄을 조장하고, 내란을 조작하는 것도 모두 그들이 꾸민 짓이다.

‘실’은 Miss 올 선데이의 역할과 비슷하다. Miss 올 선데이가 크로커다일의 파트너로 배후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전체조직을 정비 운영하듯 ‘실’은 이건희의 충신집단으로 삼성 그룹 전체에 대한 이건희의 지배와 통제를 은밀히 수행하고 비자금을 관리한다.(로빈이 나미의 환심을 사기위해 건네는 크로커다일의 보석은 크로커다일의 비자금 중에 일부이다.) 그리고 국가기구 안팎으로 이건희와 삼성을 보호하고 봉사할 네크워크를 운영한다. 여기에는 정관계, 법조계, 언론계, 학계 등 다양한 지배층 인사들이 대거 스카웃되어 관리된다. 일반적으로 삼성출신을 삼성맨이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들은 공식적으로 삼성에 취업한 이들이다. 이와 달리 비공식적인 삼성맨들을 부르는 공식적인 명칭이 없기에, 또한 없어야 하기에 조직원을 삼성요원으로 그 조직을 삼성웍스(SW)라고 부르기로 하자.


바로크웍스의 에이전트는 Mr1. Mr2, Mr3....4, 5. 6등으로 서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누가 에이전트인지는 서로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떡값과 장학금을 통해 가끔 노출되기도 하지만 삼성웍스 또한 비밀리에 움직이기에 누가 에이전트(요원)인지는 비밀이다. 삼성웍스는 바로크웍스처럼 직접적인 암살과 살인, 무력을 행사하는 범죄조직은 아니다.(조직의 정체는 비밀이다. 당연히 그들의 임무도 비밀이다.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몰라야 한다.) 그들은 지령이 내려질 때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삼성을 위해 그들의 공인된 권력과 전문화된 지식을 동원한다.

정관계 삼성요원은 삼성을 위한 정책을 구현하고 집행한다. 국회 삼성요원은 삼성에게 불리한 법은  유리하게 뜯어고치고 정관계 Mr가 제출한 삼성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킨다. 국세청 삼성요원은 삼성의 조세포탈과 회계비리 및 비자금을 은폐하고 형식적인 세무사찰과 협조로 삼성 회계의 공정성을 대외적으로 공증한다. 검찰 및 법조계 삼성요원은 삼성의 여러 비리와 범죄사실을 방조하거나 묵인한다. 가끔 언론을 통해 새나갈 경우 마지못해 조사할 듯 제스처를 취하지만 기소를 방치하거나 미루어 증거말소와 증인도주를 돕는다. 재판으로 갈 경우에는 형량을 최소화시키고 사면복권에 앞장선다. 학계 삼성요원은 삼성에 유리한 정보와 통계를 생산하고 삼성을 위한 정책입안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언론계 삼성요원은 이건희 일가와 삼성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차단하고 좋은 기사만을 제공해 홍보와 광고를 대행해준다.

문제는 이들의 행위가 범죄행위로 식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이 삼성에 협조하는 것조차 그들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스스로 입을 열거나 밝히지 않는다면 그들의 일상적 업무와 삼성과의 관계는 드러나지 않는다. 심증이 가더라도 물증을 잡을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웍스 삼성요원과 삼성(구조본) 사이에 떡값, 장학금, 사과상자 같은 로비와 거래가 발각될 경우에만 연루의 단서를 찾을 뿐이다. 또한 공모가 위법으로 판명되더라도 삼성요원들은 해고나 사직 후에도 삼성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뿐 아니라 두둑한 보상과 연금을 보장받기에 두려울 것이 없다.

그렇지만 공익의 차원에서 이들의 행태는 분명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다. 한 국가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자원배분을 어떻게 계획하고 집행하느냐에 따라 이익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이 갈린다. 또한 이해관계를 다투는 입법과 집행에서 특정 집단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면 나머지는 피해를 덮어쓰게 된다.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갑’은 무죄 ‘을’은 유죄라면 법 자체가 무력화된다. 그렇기에 국가기구 안팎의 관리층은 국민 전체의 공공이익을 위한 정책과 법을 기획·입법해야하며 법을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해야한다.

삼성웍스의 작업처럼 국가기구 안팎의 삼성요원들이 겉으로는 공공의 이익인 것처럼 꾸미지만 뒤로는 삼성을 위한 정책과 법을 만들고, 기업의 범죄를 보호할 경우 국가는 삼성을 위한 봉사기구가 된다. 그 순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1조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삼성에게 있다”로 수정된다. 삼성이 한국의 소유주가 되는 것이다. 국가가 삼성의 소유물이 되면 국민 또한 삼성의 소유물이 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번다는 말처럼, 재미와 돈은 삼성과 이건희 일가가 가져간다. 하지만 국가에 받치는 세금, 국가를 운영하는 비용과 그 운영과정의 실패와 실수로 인해 부가되는 비용은 모두 국민의 부담이 된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낯설지 않은 말이 뜻하는 바는 온 국민이 삼성이라는 주인을 위해 노력봉사하는 노예가 된다는 뜻이다.
 

얼마 전 노무현정권에서 한미FTA 체결을 주도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으로 옮겨갔다. 한미FTA는 단순한 한미 양국간의 통상조약이 아니라 국민의 운명이 달린 헌법이상의 힘을 가진 경제조약이다. 김현종 본부장의 커밍아웃은 이 경제조약이 과연 누구의 이해관계를 위해 체결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미 FTA 자체가 삼성의 기획이었고, 삼성을 위한 정책이었던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삼성웍스의 삼성요원 이었던 걸까.

크로커다일은 아라바스타를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고, 왕궁에 감춰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무기 플루톤을 얻기 위해 아라바스타에 내란을 일으켜 그 틈을 타 왕궁에 처들어간다. 반면 이건희는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무력을 쓰지 않는다.(비록 삼성 그룹내부에서는 쓸지라도). 쿠데타나 전쟁으로 직접권력을 잡는 비용을 치루기 보다 삼성웍스를 통해 국가 안팎 지배계층을 삼성요원으로 매수해 자신의 종복으로 만든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은 다만 5년마다 갈아치워지는 공식적 통치자일 뿐이다.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지도 삼성이 결정한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시장으로 권력이 넘어갔다”는 발언은 삼성에게 주권을 양도했다는 고백인 것이다.

 

우리는 루피가 크로커다일과 맞장을 뜬것처럼 이건희와 맞짱을 뜰 수는 없다. 개인 이건희는 크로커다일처럼 신체적으로 특별한 능력이 없다. 설령 맞짱을 뜬다 해도 힘없는 노인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으로 욕을 먹고 잡혀 들어가야 한다. 비비가 루피 해적단의 도움을 받아 쓰러뜨린 크로커다일과 바로크웍스보다 이건희와 삼성웍스는 더 돈이 많고 음흉하다. 그리고 이미 국가권력을 틀어쥐고 있다. 어떻게 이 나쁜 조직과 MR들을 상대해 나가야 할까.  루피 해적단과는 다른 싸움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한때 삼성의 Mr2였던 김용철의 반성이자 삼성에 대한 싸움인 <삼성을 생각한다>을 읽는 것은 삼성에 대한 싸움을 시작하고자하는 준비다. 그를 동료-나까마로 맞아들여 이건희와 삼성웍스를 날려버릴지 아니면 앞으로 삼성사랑국민클럽에 자동가입된 후 삼성에 종신세금을 납부하고 삼성아파트 삼성냉장고 삼성세탁기 삼성핸드폰 삼성병원 삼성보험 삼성삼성 ....삼성으로 둘러싸인 삼성매트릭스에 영원토록 충성하는 길을 택할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http://foretderobin.tistory.com2010-12-07T15:08:120.31010